레이디가가 Chromatica 후기

짱구맘봉미선
2020-06-28
조회수 619


2008년 팝계에 등장하여 전세계를 호령하고 다닌 레이디 가가의 지난 7년은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재능과 역량을 보여준 Cheek To Cheek, 일렉트릭 사운드를 걷어내고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Joanne을 걸쳐 A Star Is Born을 통해 배우로서, 가수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였지만, 더이상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레이디 가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더이상 댄스팝이 흥하지 않는 시장의 판도에서 본인의 행보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 프로듀서와의 협업 끝에 발매된 Chromatica에서 레이디 가가는 세상이 기억하는 본인의 모습을 재해석합니다.


이번 앨범의 주제인 'dancing the pain away' 에 걸맞게, Chromatica는 본인이 겪어온 고통과 현재까지도 느껴오고 있는 트라우마들을 역설적이게도 댄스팝으로 풀어내며 더 비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렇지만 전혀 지나치게 어둡거나 매니악하지 않습니다. 레이디 가가는 저스틴 비버 등 트렌디한 아티스트와의 작업 경험이 있는 블러드팝을 주축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운드들을 대거 배치하여 그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16곡을 만들어냈습니다. 42분 남짓한 앨범의 러닝타임은 다소 짧게 느껴지긴 하지만, 앨범이 한 곡 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과 스트리밍 시대에 5분에 달하는 대곡들이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에서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앨범을 듣는 동안의 피로도를 덜어 집중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새로운 사운드의 부재를 지적했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집착 없이 편히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드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과거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그 누구도 듣도보도 못한 앨범을 만들어낸다면 더없이 감사하겠지만, 가가는 이미 새로운 것과 아이디어에 대한 매너리즘에 사로잡혀 Artpop 앨범으로 언론에 신랄하게 이미지 소비를 당한 전적이 있습니다. 더욱이 실험적인 음악이 대중들 사이에서 사랑받게 될 확률은 적습니다. 어찌되었건 대중들은 듣기에 좋은 음악을 찾아듣기 때문이죠.


이번 앨범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레이디 가가가 스트리밍 시대에 제시한 'The Fame' 이 아닐까 싶습니다. 혜성처럼 팝 씬에 등장하여 근 3년간 팝계를 뒤흔든 가가의 데뷔 앨범은 정작 새로운 사운드로 가득 찬 앨범은 아니었습니다. 절제된 사운드와 캐치한 멜로디의 효과적인 사용이 아직까지도 The Fame이 빌보드 앨범 차트에 진입하며 12년 간 롱런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Chromatica를 통해 가가가 세상에 증명한 것은 가가 본인은 어떻게 해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 안다는 것입니다. A Star Is Born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긴 하였으나 개인적으로도 가가가 다시 댄스팝으로 팝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을거라곤 기대하지 않았기에 이번 앨범이 가히 충격적이고 반갑습니다.


이미 정상을 차지했고, 남부러울 커리어를 쌓아왔으므로 앞으로 대중성에만 연연할 이유도, 필요도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팝 시장을 재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앨범입니다. 가창력을 의심받을 때 걸출한 라이브 실력을, 1집의 성공 후 더이상 히트곡을 쓸 수 없을거라는 평단의 예상에 리패키지 앨범을, Artpop의 상업적 실패 후 언론에서 조롱당하고 매니저마저 상업성이 없다며 손을 뗐을 때 탄탄한 기본기와 음악적 고찰을 바탕으로 Joanne, A Star Is Born을 걸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레이디 가가는 이제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시장의 판단에 Chromatica를 내놓으며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가 전세계적으로 각광받은 이유를 완벽히 알고있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레이디 가가는 Chromatica를 통해 대중성에 단 한번이라도 집착한 적이 없으며, 본인이 묵묵히 만들어온 음악이 곧 트렌드가 되어왔고 세상이 사랑해온 것일 뿐임을 데뷔한지 12년이 지난 2020년도에도 입증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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