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별의 단독공연이 무려 이틀이나 열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예매했다. 모임별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군 생활을 하던 16년쯤이었고 공연을 처음 본 건 18년도 서울인기에서였다. 그때 모임별은 꽤 늦은 시간에 공연했었는데, 여름밤에 시원한 바람맞으며 봤던 모임별의 공연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때를 생각해보니 이번 공연에 가지 않으면 무조건 후회할 거 같아서 이틀 모두 질렀다.
내가 지금까지 같은 공연을 두 번 본 건,, 음,, 서태지 9집 발매 전국투어 말고는 없다. 영화를 다시 보는 건 좋아하지만 공연을 다시 보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어쨌든 내가 입금까지 마치고 나서 20분 만에 매진되었다는 글을 봤다. 짜릿!

공연 전에 이렇게 예쁜 티켓을 보내줬다. 신도시 4층 공연장 입구에서 이걸 보여주면 팔찌를 채워줬다.
토요일 공연에는 망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예매해놓고 오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었다. 공연장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모임별의 조월은 '목숨을 걸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공연을 시작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 모두 마스크 쓰고 공연보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는데, 모임별의 음악이랑 은근히 잘 어울렸다. 역시 오길 잘했어!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짜릿함과 흥분을 표현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나는 '으아~~~역시 모임별은 프렌치 일렉트로닉 신스팝 힙합 사운드가 어우러져 마치 이스탄불의 느낌이 나는 오리엔탈스러운 슈게이징을 하며 2000년대 후반 유행했던 다크함이 녹아있는 네오클래식 다크 웨이브이면서 스모키한 사운드가 어쩌구 저쩌구 (모두 헛소리)' 처럼 어려운 말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다.
음,,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지..내가 이틀간 본 모임별의 공연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공연을 모두 보고 집에 가서도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조금 더 주접을 떨어보자면 지금까지 내가 봤던 많은 공연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
토요일 공연 당일 무거운 몸을 겨우 이끌고 신도시로 갈 때까지만 해도 '돈도 없는데 괜히 이틀 예매했나' 잠깐 후회를 했지만,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양일 모두 예매한 나를 칭찬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을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 셋리스트 대부분이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었고 처음 가본 신도시 4층 공연장의 사운드도 나름 괜찮았다. 지지난 여름에 펜타포트에서 본 마블발 공연을 생각하면서 소리가 조금 더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적당했던 것 같다.
대충 생각나는 셋리스트는
친밀한 적들 / 어느새 (황소윤 ver) / 진정한후렌치후라이의시대는갔는가 / 태평양 / ICN / 은밀한 쇼 / 태풍전날밤 /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세계의공장 / 콩이야기 / 비밀경찰 / 박쥐들우리는 / 2
푸른전구빛 (토요일 앵콜) /지지시티 (일요일 앵콜)
여기에 3-4곡 정도 더 해준 것 같은데 무슨 곡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순서 상관없이 좋았던 곡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공연이 후반쯤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황소윤씨 쪽으로 마이크를 돌리길래 '오 푸른전구빛 하겠네' 생각했는데 조월의 '어느새' 를 해줘서 진짜 소름이 싹 돋았다. '어느새'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황홀했다. 토요일에는 조태상 씨가 작은 실수를 했지만 일요일 연주는 완벽했다. 검은색 모자 푹 눌러쓴 황소윤씨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공연장 분위기가 싹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후반부쯤에 건반이랑 기타랑 뒤섞여서 막 후려갈기면서 연주할 때는 세상이 핑핑 도는 느낌이었다. 너무 좋았다는 뜻..
'세계의 공장'은 모임 별 멤버들이 지금까지 모두 모여서 합주한 적이 없는 곡이라고 했다. 녹음할 때조차도 서로 파일을 주고 받으면서 완성을 했고, 당연히 공연에서도 연주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 처음으로 합주를 해봤단다. 역시 오길 잘했다. 정말.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장에 세계의 공장을 틀어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https://youtu.be/kinzucsYwPc

모임 별은 올해가 결성한지 20주년이라고 했다.
인도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국에 모두 돌아와 신촌의 어느 술집에 모여 술을 마셨는데,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다가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으니 우리 하고 싶은 걸 해보자!' 하면서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가지고 다시 만났다고 했다. 시를 써온 사람도 있었고 그림을 그려온 사람도 있었는데 조태상씨는 음악을 만들어갔다고 한다. 조태상 씨가 만들어간 그 음악을 조월 씨랑 같이 듣다가 우리 밴드 해볼래? 라고 해서 시작한 밴드가 바로 모임 별이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조태상 씨와 조월 씨는 친형제다) . 그때 조태상 씨가 만들어온 곡의 제목은 아직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어느 날 조월 씨와 조태상 씨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맥도날드의 후렌치 후라이의 맛이 예전보다 못한 것 같아' '맞아 정말 그래' 라는 대화를 나누다 결국 곡의 제목을 '진정한후렌치후라이의시대는갔는가' 라고 붙였단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지만 어쨌든 그렇게 제목을 짓게 되었다는 설명을 해줬다. 넘 재밌었다. 진정한 후렌치 후라이의 시대는 가는가 싶었는데 맘스터치 후렌치 후라이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원곡이랑은 조금 다르게 연주했는데 너무나 좋았다. 고양이를 부탁해 생각이 나서 더 좋았던 곡.
'박쥐들 우리는'이라는 곡은 조월과 조태상이 함께 작업한 곡 중 하나인데 첫 공연 직전까지도 가사가 없었다고 했다. 연주만 하려고 했는데 조태상이 공연장에 와 있던 그 당시의 애인이자 지금의 아내 생각이 나서 공연 전 대기실에서 애인을 위한 가사를 후다닥 붙였다고 한다. 정말 멋져.. 이 시국에 박쥐라니.. 피식했지만 조태상씨의 이야기를 듣고 '박쥐들 우리는'을 들으니까 더 좋았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수만 개의 작은 램프가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데이터센터가 나오는데 그게 정말 멋지다. 가사를 보고 사랑 노래라는 건 눈치챘지만 애인을 위해 만든 곡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달콤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OxEChJuL2tY
-박쥐들 우리는
어쩌면 너와 난 모래와 먼지들 자그마한 우연 끝을 알 수 없는 밤을 헤맸지 그렇게 마주쳤네 그때 사실 나는 알고 있었지 당신이 그 사람임을 더 이상 무엇도 안 믿지만 우린 서로를 보네 밤 하늘 박쥐들처럼 깊고 아픈 밤의 어둠 사이로 발걸음을 다시 내딛네 더 이상 무엇도 못 믿지만 우린 두 손을 잡네 그냥 지금을 믿네 잡은 두 손을 그저 오늘을 그냥 지금을 믿네 스쳐 지나는 하룻밤 꿈을 너의 눈빛을 너의 눈물을 너의 살결을 바로 지금을 믿네
사람들은 사랑이 무슨 엄청나게 대단한 것 처럼 이야기하는데, 사랑은 결국 단단한 믿음이 아닐까싶다. 조태상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보다
'친밀한 적들'은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모임 별 노래였는데 공연에서는 음원보다 조금 느리게 연주를 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온몸이 짜릿할 만큼 좋았다. 중간쯤 지나 기타 솔로 나올 때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들었다. '태평양'은 음원보다 라이브가 훨씬 좋았다. 뒤에 뮤직비디오가 나와서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역시 이런 음악은 무조건 라이브가 최고다. 조태상씨의 노래 실력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노래를 못해서 더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HyPcBCtS8
집중하기 좋은 공연이었다. 첫날에는 공연 끝나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볍게 와인 한 잔만 마셨고 일요일에는 맨정신으로 온 게 아쉬워 공연장에서 제임슨을 세잔이나 마셨다. 두 번째 보는데도 너무 좋아서 공연 중간쯤 뒤로 빠져나와 제임슨을 몇 잔 더 시켜서 보리차처럼 술술 마셨다. 취기가 빨리 올라와준 덕분에 더 좋은 공연을 봤다. 술에 만땅으로 취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적당히 알딸딸한 상태로 봐도 좋았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음악이 많으니까 오래 살아야겠어.

양일 공연의 셋리스트는 모두 같고 앵콜만 달랐다. 토요일에는 내가 개인적인 일 떄문에 마지막 곡 '2' 까지만 듣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바람에 앵콜을 못 들었다. 앵콜곡이 뭘까 궁금했고 못 들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일요일 앵콜곡 '지지시티'가 끝나고 앵콜이 또 나오니까 토요일 앵콜곡까지 해드리겠다면서 '푸른전구빛'을 연주해줬다. 내가 18년도에 갔던 서울인기에서도 푸른전구빛을 황소윤이 불러줬는데, 그때 정말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난다. 정말이지 황소윤의 목소리는 정말 보물이다. 
그야말로 완벽했던 공연이었다. 내가 따로 이야기하지 않은 '콩이야기'나 '2' 모두 좋았다. 한 곡도 흘려들을 게 없는 공연이었다. 나는 공연을 보고나서 일주일 내내 그 밴드의 음악을 앨범 순서대로 들으면서 그 여운을 즐길 때 '아, 내가 정말 좋은 공연을 보고 왔구나' 생각이 드는데 모임별이 그랬다.
간만에 너무나 좋은 공연을 봤다. 얼른 또 공연해줬으면 좋겠다. 그때는 완전히 취해서 봐야겠다.
모임별의 단독공연이 무려 이틀이나 열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예매했다. 모임별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군 생활을 하던 16년쯤이었고 공연을 처음 본 건 18년도 서울인기에서였다. 그때 모임별은 꽤 늦은 시간에 공연했었는데, 여름밤에 시원한 바람맞으며 봤던 모임별의 공연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때를 생각해보니 이번 공연에 가지 않으면 무조건 후회할 거 같아서 이틀 모두 질렀다.
내가 지금까지 같은 공연을 두 번 본 건,, 음,, 서태지 9집 발매 전국투어 말고는 없다. 영화를 다시 보는 건 좋아하지만 공연을 다시 보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어쨌든 내가 입금까지 마치고 나서 20분 만에 매진되었다는 글을 봤다. 짜릿!
공연 전에 이렇게 예쁜 티켓을 보내줬다. 신도시 4층 공연장 입구에서 이걸 보여주면 팔찌를 채워줬다.
토요일 공연에는 망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예매해놓고 오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었다. 공연장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모임별의 조월은 '목숨을 걸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공연을 시작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 모두 마스크 쓰고 공연보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는데, 모임별의 음악이랑 은근히 잘 어울렸다. 역시 오길 잘했어!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짜릿함과 흥분을 표현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나는 '으아~~~역시 모임별은 프렌치 일렉트로닉 신스팝 힙합 사운드가 어우러져 마치 이스탄불의 느낌이 나는 오리엔탈스러운 슈게이징을 하며 2000년대 후반 유행했던 다크함이 녹아있는 네오클래식 다크 웨이브이면서 스모키한 사운드가 어쩌구 저쩌구 (모두 헛소리)' 처럼 어려운 말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다.
음,,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지..내가 이틀간 본 모임별의 공연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공연을 모두 보고 집에 가서도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조금 더 주접을 떨어보자면 지금까지 내가 봤던 많은 공연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
토요일 공연 당일 무거운 몸을 겨우 이끌고 신도시로 갈 때까지만 해도 '돈도 없는데 괜히 이틀 예매했나' 잠깐 후회를 했지만,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양일 모두 예매한 나를 칭찬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을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 셋리스트 대부분이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었고 처음 가본 신도시 4층 공연장의 사운드도 나름 괜찮았다. 지지난 여름에 펜타포트에서 본 마블발 공연을 생각하면서 소리가 조금 더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적당했던 것 같다.
대충 생각나는 셋리스트는
친밀한 적들 / 어느새 (황소윤 ver) / 진정한후렌치후라이의시대는갔는가 / 태평양 / ICN / 은밀한 쇼 / 태풍전날밤 /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세계의공장 / 콩이야기 / 비밀경찰 / 박쥐들우리는 / 2
푸른전구빛 (토요일 앵콜) /지지시티 (일요일 앵콜)
여기에 3-4곡 정도 더 해준 것 같은데 무슨 곡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순서 상관없이 좋았던 곡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공연이 후반쯤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황소윤씨 쪽으로 마이크를 돌리길래 '오 푸른전구빛 하겠네' 생각했는데 조월의 '어느새' 를 해줘서 진짜 소름이 싹 돋았다. '어느새'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황홀했다. 토요일에는 조태상 씨가 작은 실수를 했지만 일요일 연주는 완벽했다. 검은색 모자 푹 눌러쓴 황소윤씨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공연장 분위기가 싹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후반부쯤에 건반이랑 기타랑 뒤섞여서 막 후려갈기면서 연주할 때는 세상이 핑핑 도는 느낌이었다. 너무 좋았다는 뜻..
'세계의 공장'은 모임 별 멤버들이 지금까지 모두 모여서 합주한 적이 없는 곡이라고 했다. 녹음할 때조차도 서로 파일을 주고 받으면서 완성을 했고, 당연히 공연에서도 연주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 처음으로 합주를 해봤단다. 역시 오길 잘했다. 정말.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장에 세계의 공장을 틀어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https://youtu.be/kinzucsYwPc
모임 별은 올해가 결성한지 20주년이라고 했다.
인도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국에 모두 돌아와 신촌의 어느 술집에 모여 술을 마셨는데,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다가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으니 우리 하고 싶은 걸 해보자!' 하면서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가지고 다시 만났다고 했다. 시를 써온 사람도 있었고 그림을 그려온 사람도 있었는데 조태상씨는 음악을 만들어갔다고 한다. 조태상 씨가 만들어간 그 음악을 조월 씨랑 같이 듣다가 우리 밴드 해볼래? 라고 해서 시작한 밴드가 바로 모임 별이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조태상 씨와 조월 씨는 친형제다) . 그때 조태상 씨가 만들어온 곡의 제목은 아직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어느 날 조월 씨와 조태상 씨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맥도날드의 후렌치 후라이의 맛이 예전보다 못한 것 같아' '맞아 정말 그래' 라는 대화를 나누다 결국 곡의 제목을 '진정한후렌치후라이의시대는갔는가' 라고 붙였단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지만 어쨌든 그렇게 제목을 짓게 되었다는 설명을 해줬다. 넘 재밌었다. 진정한 후렌치 후라이의 시대는 가는가 싶었는데 맘스터치 후렌치 후라이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원곡이랑은 조금 다르게 연주했는데 너무나 좋았다. 고양이를 부탁해 생각이 나서 더 좋았던 곡.
'박쥐들 우리는'이라는 곡은 조월과 조태상이 함께 작업한 곡 중 하나인데 첫 공연 직전까지도 가사가 없었다고 했다. 연주만 하려고 했는데 조태상이 공연장에 와 있던 그 당시의 애인이자 지금의 아내 생각이 나서 공연 전 대기실에서 애인을 위한 가사를 후다닥 붙였다고 한다. 정말 멋져.. 이 시국에 박쥐라니.. 피식했지만 조태상씨의 이야기를 듣고 '박쥐들 우리는'을 들으니까 더 좋았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수만 개의 작은 램프가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데이터센터가 나오는데 그게 정말 멋지다. 가사를 보고 사랑 노래라는 건 눈치챘지만 애인을 위해 만든 곡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달콤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OxEChJuL2tY
-박쥐들 우리는
어쩌면 너와 난 모래와 먼지들 자그마한 우연 끝을 알 수 없는 밤을 헤맸지 그렇게 마주쳤네 그때 사실 나는 알고 있었지 당신이 그 사람임을 더 이상 무엇도 안 믿지만 우린 서로를 보네 밤 하늘 박쥐들처럼 깊고 아픈 밤의 어둠 사이로 발걸음을 다시 내딛네 더 이상 무엇도 못 믿지만 우린 두 손을 잡네 그냥 지금을 믿네 잡은 두 손을 그저 오늘을 그냥 지금을 믿네 스쳐 지나는 하룻밤 꿈을 너의 눈빛을 너의 눈물을 너의 살결을 바로 지금을 믿네
사람들은 사랑이 무슨 엄청나게 대단한 것 처럼 이야기하는데, 사랑은 결국 단단한 믿음이 아닐까싶다. 조태상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보다
'친밀한 적들'은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모임 별 노래였는데 공연에서는 음원보다 조금 느리게 연주를 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온몸이 짜릿할 만큼 좋았다. 중간쯤 지나 기타 솔로 나올 때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들었다. '태평양'은 음원보다 라이브가 훨씬 좋았다. 뒤에 뮤직비디오가 나와서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역시 이런 음악은 무조건 라이브가 최고다. 조태상씨의 노래 실력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노래를 못해서 더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HyPcBCtS8
집중하기 좋은 공연이었다. 첫날에는 공연 끝나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볍게 와인 한 잔만 마셨고 일요일에는 맨정신으로 온 게 아쉬워 공연장에서 제임슨을 세잔이나 마셨다. 두 번째 보는데도 너무 좋아서 공연 중간쯤 뒤로 빠져나와 제임슨을 몇 잔 더 시켜서 보리차처럼 술술 마셨다. 취기가 빨리 올라와준 덕분에 더 좋은 공연을 봤다. 술에 만땅으로 취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적당히 알딸딸한 상태로 봐도 좋았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음악이 많으니까 오래 살아야겠어.
양일 공연의 셋리스트는 모두 같고 앵콜만 달랐다. 토요일에는 내가 개인적인 일 떄문에 마지막 곡 '2' 까지만 듣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바람에 앵콜을 못 들었다. 앵콜곡이 뭘까 궁금했고 못 들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일요일 앵콜곡 '지지시티'가 끝나고 앵콜이 또 나오니까 토요일 앵콜곡까지 해드리겠다면서 '푸른전구빛'을 연주해줬다. 내가 18년도에 갔던 서울인기에서도 푸른전구빛을 황소윤이 불러줬는데, 그때 정말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난다. 정말이지 황소윤의 목소리는 정말 보물이다.
그야말로 완벽했던 공연이었다. 내가 따로 이야기하지 않은 '콩이야기'나 '2' 모두 좋았다. 한 곡도 흘려들을 게 없는 공연이었다. 나는 공연을 보고나서 일주일 내내 그 밴드의 음악을 앨범 순서대로 들으면서 그 여운을 즐길 때 '아, 내가 정말 좋은 공연을 보고 왔구나' 생각이 드는데 모임별이 그랬다.
간만에 너무나 좋은 공연을 봤다. 얼른 또 공연해줬으면 좋겠다. 그때는 완전히 취해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