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elvet Underground

락커룸(Rockeroom)
2020-04-10
조회수 602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밴드들이 더러 있는데,

그중에서 멜랑콜리한 밴드를 생각나는 대로 꼽자면

미선이, 언니네 이발관, 스미스, 도어즈, 조이 디비전 등등이 있다.

것들의 공통점은 다르긴 달라도 약간은 비슷한 경향,

것보다 중요한 건 나의 스무 살 이후로 쭉 함께해왔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 그들 사이에 빠지면 섭섭해할 밴드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이 분야에서 사랑해 마지않는, 뉴욕 출신의 ‘벨벳 언더그라운드’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곡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종종 감탄이 나온다.

이들이 소싯적 앤디 워홀의 가호를 받고 자랐건 나는 딱히 관심이 없었고,

단지 그들의 음악이 좋아서. 루 리드의 기타 솔로가 좋아서.

라이브 앨범이 좋아서. 우울함을 그들의 방식으로 잘 활용하여서.

들으면 나른해지면서도 좋은 기분 자체가 좋았다.

생각해보면 우리 각자가 ‘마이 페이버릿 쏭’이라고들 하는 기준은 자못 단순하지 않나?

일단 모름지기 그 곡 자체에 마음이 가야 하니까.

그러니 시작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호감의 양상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그리고 일단 그 과정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처럼 지나가기만 한다면,

상대방의 의사를 구하거나 물어보지 않아도,

둘 사이의 앞날에 관한 어떠한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그건 다소 일방적이면서도,

그렇다고 극적으로 편중돼있지는 않은 아이러니함을 가졌다.

결혼이 삶의 전체를 공유하고 나눈다고 치면,

좋아하는 음악은 적어도 내 침실만큼은 내어줄 정도로 호의가 있다고 해야 할까나.

그러니까 그런 모종의 관계가 한 번 맺어지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는 마치 연애에 한껏 빠진 것마냥 내숭이란 건 없어진다.

음악은 그런 점에서 존재하지 않음에도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그런 느낌을 갖는다는 건 다른 말로 순수한 기만과도 같다.


허나 나쁠 것은 하나 없다.

그건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온전히 갖게 한다.

그리고 그 관계가 내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모조리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

이 모든 순간의 결말이 어찌 되었든,

긴 시간 동안 나의 여러 감각을 장악할 것을 잘 알고 있는 채로.

그런 점에서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루 리드는 연애 박사다.

창백한 푸른 눈을 가지지 않았어도 그런 곡을 썼으니까.

그는 뉴욕에 있었다.

그리고 살아생전 시니컬하고 진중했던, 내가 존경한 아티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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