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월드뮤직 듀오 ANIMAL DIVERS(애니멀 다이버스) 리뷰 –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닮아있다

스쿨오브락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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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DIVERS(애니멀 다이버스)의 로고


'물을’로 시작하는 문장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물을 마시고 싶어, 같은 말들은 일상적이겠지만 바다를 앞에 둔 사람들은 두 가지 종류의 말을 할 것이다. ‘물을 무서워해’ 혹은 ‘물을 좋아해’ ‘동물을’로 시작하는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동물을 좋아해.

이 밴드의 이름은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만들어졌다. Animal과 Diving(Divers). 동물과 다이빙이라니? 두 단어의 낯선 조합만큼이나 이들의 음악은 우리의 익숙함과는 거리가 있다.


ANIMAL DIVERS의 로고와 전문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인 PADI의 로고


이 밴드를 설명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처음 운은 이런 식으로 떼게 된다. “디저리두라고 있거든..?” “핸드팬이라고 들어봤니?” 


애니멀 다이버스의 멤버이자 디지바이브의 대표인 조현이 두드리고 있는 것이 핸드팬, 사진 뒤에 진열되어 있는 길쭉한 나무들이 디저리두이다. 


낯선 것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두려움부터 느끼도록 진화해 왔다지만, ‘디저리두’나 ‘핸드팬’과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의 이름과는 달리 이들의 모습은 무척 투박하다. 본 적은 없지만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그 사람과의 첫 만남 같달까. 사실은 그보다는 신화나 전설을 그린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모습이다.  


애쉬(왼쪽)와 조현(오른쪽) 그리고 디저리두와 핸드팬 


그도 그럴 것이 디저리두는 호주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인류의 가장 오래된 악기’라고 불리는 관악기이다. 족히 사람 키 만한 이 악기는 움직임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렇다면 핸드팬은 어떠한가. 마치 불규칙한 모양의 돌에 구멍을 뚫어 놓은 듯한 모습은 신석기의 어느 것 같기도 하고, 지구를 몰래 염탐하러 온 UFO의 축소판 같기도 하다.  


디저리두를 연주 중인 조현 


그리고 그 옆엔 열정적으로 연주되는 전자 기타가 있다. 나는 알지 못할 복잡한 미디 사운드를 능숙하고 자유롭게 다루는 손길은 어쩐지 전자 기타 위에서 현란하게 움직일 때 보다도 신비해보인다.  이렇듯 까마득한 과거 같기도, 아주 먼 미래 같기도 한 그 상상력 사이에 애니멀 다이버즈의 음악이 있다.


컨트롤러를 조작 중인 애쉬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상징은 불이나 물처럼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되 한편으로 가장 두려운 것들에 있다. 인류의 역사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불과 물은 모두 죽음과 생명 모두를 동시에 상징한다. 물은 한편 많은 이들에겐 큰 장애물이자 미지의 세계였다. 그래서 그를 넘기 위해 사람들은 수영을 익혔고, 까마득한 물 속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다이빙을 시작했다. 


사실 다이빙 경험이 없는 나에게 물 속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마치 인류가 달을 방문한 것이 나에게는 한 편의 영화 클립과도 다름이 없는 비현실의 세계이듯, 수중의 세계 역시 나는 수없이 들었으나 알지 못한다. 수영을 배워본 적이 있다.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물 속의 고요함을 두려워한다. 물 속에서 아름답게 부서지는 빛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물의 찰랑임. 이 다이버들의 노래는 물의 그 고요함과 위대함이 담겨있다.  


몇 달 전 발매한 이들의 첫 앨범 제목은 Monsoon. 이 계절이면 살을 애는 북서풍, 여름이면 바다에서 전해오는 끈끈한 바람이 연상되는 이름이지만, 한편 지구에 흐르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 또한 그려진다. 우리는 사실 자연 앞에 무력하다. 바다 위에 놓인 서핑보드처럼, 혹은 풀 장에 올려둔 튜브 위에서처럼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앨범은 계절풍이 만들어내는 우리의 강렬한 여름과 겨울, 그리고 그 사이의 계절들 위에 흐르는 우리의 삶을 그리려고 한 걸까. 


'Monsoon'의 앨범 커버


인류의 가장 첫 예술은 음악이 아닐 지라도, 가장 사람의 심장을 쉽게 뛰게 할 수 있는 장르는 음악이다. 까마득한 옛 종교 의례부터 오늘날 페스티벌에까지 흐르는 박자와 음계들은 우리를 압도하기도, 슬프게도, 즐겁게도 만들었다. 그러한 점에서 음악은 자연과도 비슷하다. 왜, 문학과 미술은 다른 매개를 거쳐 표현되지만 음악은 자연에 가장 가깝다고도 하지 않던가. (필자는 문학 전공생이다.) 따라서 이 가장 오래된 악기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고, 가장 현대적인 미디 사운드가 우리를 춤추게 만드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애니멀 다이버즈란 이름에 걸맞게도, 이들 앨범의 수록곡 역시 동물, 혹은 물, 그리고 자연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노래에는 가사가 없다. 그러나 가사가 있는 대중음악에 익숙한 내 귀에도 제목은 친절한 이해를 도와준다. 가장 단적인 예, ‘Openwater’를 들어보자. 


Animal Divers - Open Water


스쿠버 다이빙의 가장 초급 자격증과 동명의 제목은 마치 처음 물에 들어간 초보 다이버가 느끼는 고요한 물 속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한 듯하다. 자신의 속도대로 유연하게 흐르는 너머의 물 소리, 가까이에 빠르게 뛰는 나의 심장 소리. 나를 스쳐가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열대 물고기들, 얕게 들이 마시는 숨. 육지에서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나의 팔 다리는 나풀거리듯 무력하다. 어떤 음악은 우리를 우리의 기억 속으로 데려가지만, 어떤 음악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리고 강력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들의 음악은 당연히 후자이다. 


다시 한 번 조현과 애쉬, 이 두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자. 긴 머리에 운동화, 그리고 맨투맨. 자유 분방한 차림을 한 조현과 셔츠에 블랙 진. 벨트까지 갖추어 매고 한껏 단정하게 머리를 넘겨올린 애쉬의 모습은 그들의 밴드 이름 만큼 이질적이다. 비단 그룹 명과 외모 뿐이겠는가. 가장 오래된 악기가 여명을 알리듯 낮은 소리로 노래를 시작하면 가장 현대적인 미디의 박자가 더해지며 점차 음악은 빨라지고, 한순간에 절정을 향해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두 멤버 


그리고 우리는 그제서야 이 모두의 부조화와 충돌을 이해하게 된다. 무엇 하나 익숙할 것이 없었던 악기, 멤버(그리고 둘의 외모)는 놀라우리만큼 잘 어우러질 수 있었음을. 애니멀과 다이버즈가, 디저리두와 핸드팬 그리고 전자음악이, 오랫동안 홍대를 중심으로 음악을 해오던 뮤지션 애쉬와 매거진에 근무하다 인도에서 별안간 악기를 배워온 조현이. 박자가 빨라짐에 따라 6줄의 스트링을 오가는 손가락의 속도가 올라가고, 디저리두를 잡은 이의 반대편 손은 더욱 높이 치솟는다. (편집자 주: 곡의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디저리두를 연주하는 조현의 반대편 손은 높이 올라간다(?) ) 


Animal Divers - Liveaboard 


나는 어느 쪽의 전문가도 되지 못하므로 이들의 음악을 글로 그려내는 데는 자신이 없다. 다만 그들의 첫 공연을 우연히 보고 느낀 충격을 다른 이에게도 전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 이 글을 시작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좋은 건 좀 같이 봅시다"


당신이 동물을 사랑한다면, 다이빙을 해보았다면 혹은 경험하고 싶다면. 이 모든 것이 아니라도 새로운 음악이 궁금하다면. 혹은 모두 관심이 없을지라도 부조화의 조화가 궁금하다면 이들과 함께하자.



(글: ccurious 편집: school_of_rock_l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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